<신년성명> 2020년 ‘줬다 뺏는 기초연금’ 해결 운동은 계속된다.

2020년 ‘줬다 뺏는 기초연금’ 해결 운동은 계속된다.

2019년 12월 27일 헌법재판소는 정부의 ‘줬다 뺏는 기초연금’ 정책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다. 이는 2017년 99명의 기초생활수급 당사자 노인들이 ‘줬다 뺏는 기초연금’이 빈곤 노인의 기초연금 권리를 침해한다고 청구한 헌법소원에 대한 대답이다. 우리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짚지 못한 졸속 결정이라고 판단하며, 국민의 기본권리를 지켜야 할 헌법재판소가 자신의 책무를 방기했다는 점에서 유감을 표한다.

헌법재판소 판결문의 요지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기초연금을 이전소득으로 인정하여 생계급여에서 삭감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은 헌법재판소에서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을 다투는 대상이 될 수 없고 입법재량의 일탈이라 보기 어렵다. 둘째 생계급여에서 기초연금액만큼 삭감하여 지급하여도 기초생활수급 노인이 국가로부터 받는 현금급여 총액은 달라지지 않기에 현저한 불이익이라 볼 수 없다. 셋째 기초생활수급 노인은 생계급여에서 기초연금액이 삭감되더라도 국가로부터 장기요양보험, 노인일자리사업, 치매검진, 의료비지원제도와 각종 감면혜택(주민세 비과세, 동절기 에너지 바우처, 주민등록 등초본 발급 수수료 면제 등)을 받고 있기에 평등권을 침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우리는 헌재의 결정문을 두 번 세 번 확인하면서 이 문서가 보건복지부나 기획재정부의 자료를 잘못 받은 것은 아닌지 의심했다. 헌법재판소는 결정문에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침해 여부”, “평등권 침해 여부”, “행복추구권 침해 여부”로 주제를 구분하여 판단하였지만, 각각의 문단 어디에서도 ‘인권’의 문법과 정신은 찾을 수 없이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의 기존 주장을 되풀이할 뿐이었다.

기초생활수급 당사자 노인들이 헌법재판소에 본질적으로 물은 것은 ‘줬다 뺏는 기초연금’으로 인해 수급 노인과 비수급 노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역진적 격차’ 문제였다. 기초연금 도입 및 인상으로 상대적으로 형편이 나은 비수급노인의 가처분소득은 증가하는데 반해 기초생활수급 노인의 가처분소득은 제자리에 머무는 게 헌법에 담긴 평등권에 부합하는지를 물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않았다. 대신 위에서 요약한 세 가지 내용처럼 문제의 핵심을 회피하며 부수적 사안만을 다룰 뿐이었다.

헌법재판소 홈페이지는 희망의 푸른색으로 이렇게 시작한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헌법을 수호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지켜주는 곳! 바로 헌법재판소입니다.” 국가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는 일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수급노인이 용기를 내어 전국에서 99명이 청구인으로 참여한 것은 헌법재판소에 대한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말의 희망을 품고 심판정에 들어선 수급노인들에게 기각 결정은 실망이었고, 특히 판단의 근거를 듣는 시간은 실망 이상의 절망과 암흑이었다.

이에 수급노인 당사자와 우리 연대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깊은 유감을 금치 못한다. 노인빈곤율 OECD 1위인 나라에서 500만 명이 넘게 받는 기초연금을 가장 가난한 수급노인에겐 줬다 뺏는 것은 명백한 ‘국가의 복지폭력’이라고 판단한다. 이는 모든 노인의 권리인 노후소득보장권을 침해하는 인권침해 행정이며, 노인의 70%가 받아 보편적 복지에 가까워진 기초연금에서 빈곤노인을 배제하는 차별적 행정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빈곤노인의 인권 보장을 위한 운동을 여기서 멈출 수 없다. 헌법재판소가 ‘줬다 뺏는 기초연금’이 “내용이 현저히 불합리하여 헌법상 용인될 수 있는 재량의 범위를 명백히 일탈하지 않았다”고 결정했지만, 여전히 수급 노인과 일반 노인 간의 형평성 문제에 대해 답을 하지 않았기에 그 판결의 권위를 수용할 수 없다. 또한 헌재의 이번 판결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되거나 불평등의 심화되었다고 느낄 수 있는 측면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인정하면서도 부수적인 이유로 이에 반하는 결론을 내리는 무책임한 졸속 결정이라고 본다. 이제 우리는 당사자의 힘으로, 시민의 힘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음을 거듭 다짐한다. 우리는 2020년에 빈곤노인의 기초연금 권리 보장을 위해 가일층 활동할 것이다.

2020년 1월 3일

빈곤노인기초연금보장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