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교수 초정 강연회 잘 마쳤습니다~

장하준이 말하는 ‘복지국가’

《사다리 걷어차기》 《나쁜 사마리아인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의 저자 장하준 교수가 어제 ‘복지국가’를 말했습니다. 장 교수는 산업경제학자이지 사회복지학자나 정치학자가 아니지요. 그러나 그가 말하는 복지국가 이야기에 청중은 깊은 공감을 보냈습니다.

23일 오후 서울의 한 강연장에는 300여 시민들이 “공정한 사회, 공정한 경제” 주제에 관심을 갖고 모였습니다. 사회복지 관련 학과 학부생과 대학원생, 고등학생, 노동운동가, 공무원, 일반 시민, 지자체 단체장 등 다양한 면면이었습니다.

<장하준의 복지국가 이야기>

최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두고 – 이재용 부회장과 투기자본 엘리엇 둘 중 누구의 이익이 우선이냐가 논란이다. 이것은 “농약 먹고 죽을래, 쥐약 먹고 죽을래?”와 같은 잘못된 프레임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같은 규모의 기업은 국민기업으로 관리하는 것이 국가와 국민에게 이익이다. 이재용을 교도소에 보낸다고 국민들에게 어떤 이익이 있을까? 유럽처럼 연합단위가 경영관리 하는 것이 대안이다.

우리는 60~70년대 경제개발로 경제 강국이 되고 일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목전에 두고 있다. 세계사적으로 경이로운 일이다. 문제는 이런 경제성장과 소득 증대가 ‘삶의 질’로 연결되는가? 이다. 두 가지 관건이 있다. 하나는 GDP와 일인당 소득은 총액이고 평균액이기에, 실질적 (기업별 개인별)개별 소득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재분배 구조가 부실해 결과적 불평등이 심하다. 복지지출이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인 것도 반증의 하나이다.
또 하나는 ‘삶의 질’은 소득이 높아진다고 자동으로 충족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삶의 질은 ‘정치적 자유’와 ‘공동체 생활’과 ‘자아실현’이 조화롭게 충족되어야 가능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불안한 ‘노동’으로 많은 사람들이 ‘삶의 질’ 자체를 잊고 살거나, 포기하고 살거나, 허위의식에 빠져있다.

현대 경제학의 주류인 신고전파 경제학은 소비를 미덕이라 강조하면서 그에 희생되는 노동은 경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숨 쉬고 사는 하루의 절반, 인생의 절반을 노동과 그 노동을 위한 (출퇴근 시간 등의)부수적 행위에 쓰고 있다. 일은 신체적 지적 심리적으로 우리의 복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노동을 하면서 우리는 자신이 사는 사회질서가 공정하다고 믿어야 행복은 가능하다. 우리사회가 공정한가? 기회가 균등한가? 결과도 균등한가? 스포츠에서는 그나마 기회와 결과를 함께 고민하면서 기준을 정하고 있다. 권투 레슬링 역도 태권도 등 종목에서 ‘체급’이라는 최소한의 기회기준을 두어 공정성을 담보하려한다. 우리 인생과 삶의 현장에 체급이 있는가? 약육강식 승자독식이 일상화되어 있다.

이러한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시민권에 바탕을 둔 보편적 복지를 진정 고민해야 한다. 제대로 된 복지국가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좌파 우파를 막론하고 우리 국민들이 갖고 있는 사회복지에 대한 개념을 바꾸어야 한다. 진보진영에서 말하는 ‘무상복지’가 실제 ‘무상’인가? 아니다. 가난한 사람도 일상 소비행위에서 부가세를 내고 있고, 무상복지의 재원은 국민세금이다. 결국 공짜는 없다. 공동구매일 뿐이다. 가난한 사람은 낸 거 보다 좀 더 받는 것이고, 부자는 낸 거 보다 좀 덜 받을 뿐이다. 보수진영에서 말하는 ‘선별적 복지’는 단기적으로는 맞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 복지공동체 이념이 자본주의 발전에도 유리하다. 미국 자본주의 황금기였던 30~60년대 소득세율이 90%까지였으나, 레이건 정부이후 40%로 낮아지면서 미국경제도 어려워졌다. 이 기간엔 자본이득세도 40%에서 20%로 낮춰졌다. 미국의 의료비 지출이 GDP 대비 17%이지만 10%인 유럽에 비해 국민건강은 더 나쁘다. 공동구매인 보편복지가 개별구매인 시장경제 선별복지보다 우수한 것이 입증된 것이다. 물론 보편적 복지국가로 가는 경로에는 ‘증세의 다리’를 건어야 하는데, 이는 목적세로 국민적 설득과 합의가 가능할 것이다.

우리가 다같이 ‘좋은 삶’의 의미를 생각해 보고, 특히 대한민국을 더 좋은 사회로 만드는 노력을 한다면 ‘복지국가’에 대해 끊임없이 말해야 한다. ‘탄핵’을 줄기차게 외치니 탄핵되지 않았느냐. 복지국가 이야기도 계속해야 한다. 남녀노소, 서울과 지방, 시민과 학자, 모두가 한결같이 복지국가를 말하자. 정치가 복지국가를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진보 보수 간 정권이 왔다갔다해도 복지국가의 틀을 바꾸지 못하도록.
(23일 있었던 장하준 교수 초청 강연회 녹화 영상은 정리하여 조만간 유튜브에 올릴 예정입니다.)

* 장하준은 계획 경제와 시장경제의 절충안인 산업 정책 이론을 구체화시켰던 영국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인 로버트 로손(Robert Rowthorn) 아래서 연구하며 비주류 경제학 분야에 기여하기 시작했다. 이 분야에서 장하준은 그 자신이 제도주의적 정치경제학이라 부르는 경제학을 구체화하였다. 여기서 제도주의적 정치경제학은 경제사와 사회정치학적 요소들을 경제 상황의 진화에 있어 주된 요인으로 보는 경제학 이론을 말한다.(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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