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민주당의 혁신은 어떻게 가능했나 2
2004년 이후 시민 네트워크 정당으로의 혁신의 명암
안병진 (경희사이버대학교 미국학 교수)
제가 오늘 드리고 싶은 요지는 지난 강의와 정반대입니다. 지난 주 클린턴이 마켓팅을 통해 보여준 자본, 과학성의 힘들을 통해 공화당에 승리했던 긍정적인 지점들을 말씀드렸다면, 바로 그 점이 미국 민주당의 위기를 가져왔다는 것이고, 클린턴 제국이 오바마라는 초짜에게 패배한 이유라는 것입니다. 클린턴 시대에 마크 펜이란 자본의 대표적인 마켓팅을 통해 선거에서 승리하기도 했지만 그를 통해 민주당의 진정한 기반이 무엇이고 무엇을 위해 존재했는지를 잊어버리게 됩니다. 풀뿌리 운동이 기반인 그 민주당의 가치를 잃어버리게 된 것입니다.
과장해서 말한다면 선거를 도와준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귀찮아 진 것입니다. 그저 텔레비전에서 광고로 하면 탁월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경험은 이러한 풀뿌리 운동의 혼과 기반을 잃어버리게 했습니다.
미국의 탁월한 저널리스트는 이를 사이비 이벤트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것이 무엇이냐면 정당의 대변인이 기자회견을 할 때, 30~40명의 수준을 넘지 않는데 이것이 굉장히 이상한 일입니다. 과거의 선거가 대중동원의 선거였다면, 지금의 선거는 기자를 통해 얻는 정보를 가지고 비판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미디어의 현실이자 정치현실인 것은 분명한 것이고 분명합니다.
한국도 미국과 영국에서 훈련받은 정치학자들이 정치개혁특위를 하면서 지구당을 없애버립니다. 비효율 구조의 정치를 고친다는 명목으로 대중과의 접촉면을 없애버립니다. 저는 반대한 사람 중 하나였는데 미국조차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가 미국 정치를 배우기 위해서 선거에 참여했을 때 주로 했던 것이 가가호호 방문하면서 유권자등록을 받는 일이 었습니다. 가가호호 풀뿌리 접촉이 상당히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지요. 이것에 대한 반성이 지금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고, 클린턴의 실패는 여기에 있었던 것입니다.
이는 당의 토대를 무너뜨리는 것뿐만 아니라 자본에 충실한 정책으로 인해 NAFTA와 같은 북미자유무역협정을 낳아버립니다. 이때 공화당의 엄청난 지지를 얻었고 민주당 일부표와 공화당 다수표의 지지를 얻어 NAFTA를 통과 시켰습니다.
노동층은 엄청나게 분노합니다. 클린턴을 누가 만들었고, 누가 유권자등록을 받았는데, 이러한 배반에 대해 분노한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클린턴 섹스스켄들이 터지면서 더욱 위기로 빠져버리게 됩니다. 심지어 백악관 대변인 출신인 조지 스테파노프스라는 정치인은 정신과치료를 받기도 했습니다. 클린턴을 도와 눈물 젖은 빵을 먹는 사람들, 서민들을 위한 정치를 백악관에서 하고 싶었는데, 하는 일이 고작 공화당의 공격을 막기 위해 공화당의원들의 뒷조사를 하고 그걸 폭로하여 방어하는 일일 뿐이었기 때문입니다.
클린턴을 이어받는 민주당의 후보들은 클린턴보다 더 엘리트주의적인 사람들이었습니다. 엘 고어 같은 경우가 그렇습니다. 부시도 엘리트 출신이지만 부잣집 아들처럼 행동하진 않습니다. 미국선거는 한마디로 정리하면 ‘누가 나의 응접실에서 차를 먹을 것인가’가 선거의 승패를 결정합니다. 고어보다 더 서민의 친구 같은 부시를 미국은 선택한 것입니다. 거기다가 공화당은 칼 노브라고 하는 걸출한 귀재를 갖게 됩니다. 이 사람은 아주 어릴 때부터 정치전략을 훈련받았습니다. 미국은 고3정도면 정치에 관심 있는 학생들은 정치적으로 상당히 훈련되어 있습니다. 이제야 우리나라 국제학교 같은 경우는 스포츠를 하거나 디베이트로 갑니다. 우리나라 보수는 천박한 보수입니다. 진정한 보수는 육체의 건강함의 힘을 아는 것이 진짜 보수입니다. 아이들을 보충수업으로 약골로 만드는 보수는 천박한 보수입니다.
칼 노브는 대학 때 이미 상대 캠패인 진영에 스파이를 심어서 그 스파이가 거기에서 실수하도록 만드는 일을 할 정도로 정치적 훈련이 되어있었는데 이것이 발각이 돼서 비난받기도한 일화도 있습니다. 이렇게 정치적으로 훈련된 칼 노브가 이때 전통적인 캠패인과 상반된 행동합니다. 전통적인 캠패인과 교과서에는 중도 선거에 승리의 비밀 하나가 있는데, 집토끼를 지키고 산토끼를 잡아먹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때 칼 노브가 ‘공화당은 집토끼를 동원해서 선거에 나오게 하면 선거에서 이긴다.’ 라고 이야기 합니다. 집토끼를 지키는 것은 물론이고 산토끼를 잡아야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상식이었는데 칼 노브는 집토끼를 동원하는 것을 핵심적 전술로 사용합니다. 굉장한 비난에 시달렸고 민주당에서는 만세를 불렀습니다. 그런데 2000년, 2004년 모두 칼 노브가 승리합니다.
그래서 실사구시가 중요합니다. 어쩔 때는 클린턴 시대에서 교훈을 얻고 어쩔 때는 오바마 시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하는 것처럼, 정치는 구체적 현실에 대한 구체적 분석입니다. 정치학 교수들이 교과서를 어떻게 썼든 1+1=2 라고 해도 그걸 믿어서는 안 됩니다.
저는 정치분석가들이 항상 선거를 예측할 때 왜 지난 선거를 가지고 얘기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을 가장 먼저 예측했던 사람 중에 한 사람인데 그때 제가 이 예측을 했을 때 주변에서 한국 선거는 51:49 라며 틀린 예측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어떻습니까? 정치는 언제나 새로운 현실이 창조되는 것입니다. 과거에 입각한 분석은 틀리게 되어 있습니다. 부시의 시대는 집토끼를 동원해야 이길 수 있는 선거였습니다. 반면 오바마 시대의 선거는 산토끼를 잡아야 이길 수 있는 선거였습니다. 그 시대별로 다른 것이죠. 어쩔 때는 중도가 줄어들 때가 있고 많아 질 때가 있고, 이것은 정서에 대한 구체적 분석에서 나오는 것이지 과거의 선거경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이렇듯 2000년대 초부터 칼 노브와 부시의 결합은 좋은 시너지 효과를 냈습니다. 부시가 멍청하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부시는 서민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매우 똑똑한 사람입니다. 부시가 9`11테러 직후 그라운드 제로에 올라가서 화재 진압하는 소방관에게 어떤 이야기를 했는데 소방관들이 잘 안 들린다고 하니까 이런 말을 했습니다. “I can hear you 나는 당신들을 들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중의법입니다. 내가 당신들의 말을 귀로 들을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가슴으로 들을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런 뛰어난 커뮤니케이션을 했던 사람이 부시입니다. 부시가 당선되기 전까지는 상당히 중도적이고 초당적이고 민주당에 협조적이었던 사람이었습니다. 부시가 재선에 성공하는데 이때 개혁적 보수자인 존 메케인라는 사람이 등장합니다. 이 사람 자신이 영웅으로 생각하는 두 사람이 있는데 링컨과 미국의 문어발식 재벌을 통제했던 시어도르 루즈벨트이었습니다. 시어도르 루즈벨트는 한국의 천박한 보수와 차원이 다른 사람입니다. 길에 널려있는 모든 꽃을 이름을 다 알 만큼 자연을 품고 있고, 이에 대한 이야기를 2시간 나눠도 지루하지 않은 사람을 품고 있는 사람입니다. 생태적이고 친환경적 보수가 형용모순이 결코 아닙니다. 이러한 사람을 미국의 천박한 보수들이 제어하기 위해 부통령으로 임명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그 당시 부통령의 별명이 자명종일만큼 허수아비였기 때문입니다. 근데 대통령이 암살되어버리는 바람에 시어도르 루즈벨트가 대통령이 되어버립니다. 그는 대통령직에 올라 처음에는 재벌들을 안심을 시켰다가 전격적으로 문어발식 재벌들을 통제해버립니다. 만약 박근혜가 뛰어난 사람이라면 아마 시어도르 루즈벨트를 집중 연구할 것입니다.
이 존 메케인이 부시와 경쟁하면서 등장하는데, 사실 미국의 민주당은 유럽사민주의정당과는 다른 금권주의에 물들어있는 부자들의 정당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존 메케인은 자신의 우상의 모습대로 공화당임에도 불구하고 금권정치타파를 외치며 민주당도 하지 못했던 정치자금개혁을 주도합니다. 그 당시 금권선거타파의 개혁을 추구하다보니 심지어 민주당이 존 메케인을 부통령으로 영입해서 민주당의 후보로 만들려는 움직임까지 있었습니다. 그 정도로 민주당은 불임정당이 되어 있었던 것이지요. 이것이 남의 나라이야기가 아닙니다. 지금이야 문재인 후보, 안철수 후보와 같은 경쟁력 있는 후보로 대선을 치뤘지만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내세울 후보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는 진보의 일각에서는 DJP연대처럼 박근혜와 연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실제로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결국 2004년 부시와 존 메케인이라는 좋은 후보들의 경쟁으로 공화당은 계속 승승장구 해나갑니다. 결국 메케인은 공화당 주류들의 벽을 넘지는 못하고 부시에게 자리를 내주게 되고 부시는 재선에 성공합니다. 이처럼 또 다시 민주당이 패배하지만 2004년 선거에서 불임정당을 벗어날 수 있는 씨앗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 씨앗이 전당대회 때 대통령 후보인 캐리를 지지하는 연설에서 발견되는데 그 사람이 바로 오바마 입니다. 이 전당대회 연설은 캐리를 포함한 몇몇이 진행한 것입니다. 이미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오바마는 대통령감이라는 이야기들이 많았습니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거물 정치인들의 유력한 견제가 들어갔을 텐데 미국은 키웠습니다. 오바마를 가장 예뻐했던 사람도 힐러리였습니다. 오바마는 “이제 미국은 공화당의 미국도 아니고 민주당의 미국도 아닌 미국입니다.” 라고 하는 초당적인 연설, 당파성을 벗어나야 한다는 연설을 통해 일약 대권후보로 발돋움 하게 됩니다. 미국은 전당대회에서 그 다음 대선 후보를 등장시키는 좋은 전통이 있습니다. 인물을 키울 줄 아는 나라인 것입니다. 레이건도 그랬고 항상 그러한 패턴이 있습니다. 우리 한국 같은 경우 지난 전당대회에서 누가 연설을 했는지에 대한 무관심은 정치에 대한 시야가 짧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안철수 교수는 어떻게 보면 오바마 이미테이션의 이미지도 있고 로스페로우와 같은 이미지도 있습니다. 로스페로우라는 백만장자는 워싱턴 정치에 질려 자신이 메시아처럼 등장하면 워싱턴의 온갖 진흙탕 같은 정치를 하루아침에 쓸어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개혁당의 후보가 돼서 등장하는데 엄청난 표를 얻게 됩니다. 일부 정치학자들이 로스페로우가 당선될 것이라고 많은 예측들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근데 로스페로우는 정치 경험이 없었던 CEO이고 철저히 자기중심적 인물이었던지라 쉽게 몰락하고 맙니다. 저는 안철수 교수도 비슷한 성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 오바마가 등장할 때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밟는데 안철수 교수는 불행하게도 오바마와 로스페로우의 기질을 합성한 채 선거에 등장한 것입니다. 문재인 이사장님의 경우도 오바마와 같은 기질이 있으신 분입니다. 문재인 이사장님을 처음 대선출마를 결심한 직후 뵈었었는데 그때 제가 “문 이사장님은 시민정치가의 기질이 있으십니다. 여의도에 가도 40년이 지나도 시민의 시각을 잃어버리지 않는 정치가가 될 수 있습니다.”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레이건 대통령도 퇴임할 때 시민정치가라는 별명을 가지고 퇴임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도 퇴임 후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통해 시민정치가의 별명을 얻으셨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만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당파적인 분이셨는데 문재인 이사장님은 훨씬 더 덜 당파적인 분이십니다. 그런 오바마적 기질을 가지고 계시기는 했지만 대통령적 기질에는 좀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것이 지난 대선에서 확인된 한국정치의 비극이라고 생각합니다.
2004년에 오바마가 등장할 때 오바마의 맹아로 불리 우는 사람이 또 등장합니다. 바로 하워드 딘이라고 하는 버먼트 주지사였습니다. 하워드 딘이 없었으면 오바마는 절대 대통령이 될 수 없었습니다. 하워드 딘은 정의하기가 좀 어려운 사람입니다. 열렬한 총기소유 옹호론자, 즉 천박한 보수의 기질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이라크 전쟁에 대해 강력히 반대한 묘한 사람입니다. 이 사람이 미국판 노무현 같은 모습이 나타나는데, 딘을 사랑하는 모임이 결성됩니다. 대통령 후보 연설에서 하워드 딘이 “나는 이라크 전쟁을 반대합니다.” 라고 하며 연설을 시작합니다. 이 당시 이것은 정신 나간 짓이었습니다. 이러한 발언은 9`11이후의 미국분위기에서는 비애국적인 모습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매우 농후했습니다. 근데 캐리가 깜짝 놀랄 정도로 뒤에 앉아있던 젊은이들이 우례와 같은 박수와 함께 환성을 보내게 되고 딘풍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전국에서 젊은이들이 배낭을 메고 모여 천막을 치고 노숙을 하며 하우드 딘을 돕기 시작하는데 이때부터 오바마 현상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안철수 현상이 박원순 현상으로 옮겨졌고 안철수의 재등장으로 여전히 유효한 현상임을 확인했는데 만약 다음 대선에서 안철수가 아닌 다른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면 한국판 하워드 딘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워드 딘은 기가 막힌 토대를 만들었던 것 일뿐 당시는 아직 시대가 무르익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 당시 젊은이들은 인터넷에서 와글와글하면 자연스럽게 표가 오는지 알았습니다. 우리 지난 총선 때 SNS에 사활을 걸었던 것과 비슷한 모습입니다. 인터넷에서 환호를 불러일으켰지만 이내 하우드 딘은 꺾여 버립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한 가지 에피소드를 말씀드리면 연설 때 괴물처럼 비명을 지르는 모습에 증산층들이 거부감을 느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비록 캐리에게 패배하고 말았지만,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그때 다 나왔습니다. 더 이상 선거 전문가들만의 선거가 아닌 SNS와 같은 통로를 통해서 유권자들이 얼마든지 함께 모이고 토론하고 동원될 수 있는 신천지를 발견한 선거였습니다. 포털사이트에 글을 올리고 스타벅스에서 모임을 주최하면 하우드 딘을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이 스타벅스를 꽉 채우고 있는 모습, 지금은 일종의 상식적인 모습일지 모르지만 그때 당시에는 신천지 그 자체였습니다. 오바마 홈페이지를 들어가보면 너무나 간단합니다. 홈페이지에 자신의 우편번호를 입력하면 자신과 같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과 연결되는 마법과 같은 기제를 그 당시 처음 발견한 것입니다. 이 당시의 모습에 오바마 승리의 비밀이 다 있습니다. 근데 미국과 한국의 차이가 무엇이냐면, 미국은 모든 비밀이 다 있으면 그것을 분석해 다음 선거에서는 한 단계 진화된 것으로 나아갑니다. 왜? 실사구시의 나라이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미국은 소름끼칠 정도로 과학적 분석이 가능한 나라입니다. 클린턴 시대의 살아있는 여론조사가 마크 펜이 정치에서 한 것이 무엇이냐면 여론지지율을 올리기 위한 수년의 데이터를 축적해서 그것에 딱 부합하는 선택을 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클린턴이 TV에 폭력방지칩을 장착하자고 연설을 합니다. 미디어 기관들이 당연히 비판의 수위를 높이지만, 여론조사를 해보면 지지율이 확연히 올라갑니다. 미디어 종사자 엘리트들은 강남좌파들이지 실제 중산층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그래서 TV폭력방지칩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지를 못합니다. 하지만 마크 펜과 같은 사람은 수많은 인과관계들을 보면서 발견해내는 것입니다. 무상급식 이슈, 김상곤 교육감님은 탁월하신 분이기 때문에 발견한 것이지만, 미국은 그것을 수많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발견합니다.
일반 시민 기반의 시민정치운동이 2004년 하워드 딘 돌풍의 배경이었고 정권교체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풀뿌리 시민운동을 잃어버리고 그로부터 유리된 기업컨설턴트가 지배하는 민주당에서 무브온이 등장하게 되면서 일반 민심의 분노에 입각한 민주당으로 변신하게 됩니다. 오바마는 이 무브온과 결합하게 되면서 정권교체에 성공하게 되는 것입니다. 근데 처음에는 초당적 분위기의 무브온을 점차 마이클 무어 감독과 같은 전투적 liberal들이 장악하게 되면서 당파적, 분노, 적개심의 분위기로 변화합니다. 한국에도 이러한 전투적 liberal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인물의 바로 나꼼수 김어준입니다. 제가 지난번 대선패배 이후 민주당 쪽에 메시지 센터를 만들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보수는 메시지에 정교한 사람들인데 왜 진보는 검증되지도 않은 거친 메시지들을 가지고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예를 들어 천안함 문제에 대해서 메시지에 대한 분석 없이 단어들을 사용한다는 것은 중산층의 감정적 문제로 보면 위험한 일입니다. 메시지 센터의 만들자는 제안에 아무도 귀를 기울지 않았고 그래서 저는 실패했는데 김어준은 성공했습니다. 나꼼수라는 메시지센터를 통해 사람들 사이에 수많은 재생산을 야기시켰습니다. 그러나 역풍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미국에서도 전투적 liberal 들이 지나친 적개심으로 부시를 악마화 하고 부시가 하는 모든 일에 무조건적 반대로 대응하고 그래서 서민들이 느끼기에 좋은 부시의 정책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반대하면 그 칼날은 진보를 향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의 전투적 liberal 들이 그러한 우를 범했지만, 민주당은 단호하게 거리를 두고 그것을 제어합니다. 한국도 김용민 막말사건을 통해 동일한 사건을 겪은 것입니다. 무브온이라는 것이 그런 점에서 역풍이 있었습니다.
하우드 딘이 결국 당시 대선에서 패배하면서 자신의 포지션을 잡는데 바로 당의장입니다. 자신의 대통령 꿈은 버리고 민주당을 제대로 바꾸고 정권교체를 해내겠다는 다짐에서 나온 결정입니다. 미국의 거물들이 현명하다는 것은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잘 구분한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어릴 적부터 합리적 선택에 대한 훈련이 잘 되어있는 덕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우드 딘이 당의장으로서 당혁신을 주도하면서 상당한 성공을 거두게 되는데 이는 민주당을 풀뿌리정당으로 바꾸기 위한 프로젝트로부터 시작됩니다. 이를 위해 공화당 아성지역을 포함하여 전국에 당활동가를 파견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데 민주당의 거물전략가 제임스 카빌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오바마는 버지니아, 노스케롤라이나, 사우스케롤라이나 등 공화당의 아성 지역에서도 승리하는 모습을 보이며 하우드 딘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거기에다 오바마의 비서실장을 지내고 미국 선거의 귀재로 손꼽히는 람 임마뉴엘이라는 사람이 2006년 중간선거에서 2008년 오바마 승리의 토대를 만듭니다. 람 임마뉴엘이 총선하기 오래전부터 진행한 각 지역별로 보수적, 진보적 그 지역에 맞게 가장 승리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통해 공천을 하게 됩니다. 물론 승리에 집착하며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승패만 놓고 보자면 엄청난 성공을 거둡니다. 물론 카트리나 재난으로 인해 분위기가 오바마로 넘어간 덕분도 있습니다. 그 재난 이후 2006년부터는 공화당은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을 앞지르지를 못합니다. 게다가 오바마는 힐러리의 당선을 위해 준비했던 모든 것이 오바마를 향하기 시작합니다. 지금은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center for american progress’ 라는 헤리티지에 맞선 진보의 싱크탱크이자 메시지 생산 공장, 선거자금, 인맥 등이 모두 힐러리를 위해 준비되어 있었는데 힐러리에 대한 극우들의 마녀사냥과 시민들에 의해 발생된 아래로부터 부는 바람이 이 모든 것이 오바마로 향하게 만들었고 클린턴 제국의 마케팅 대가인 마크 펜조차 이 사실을 읽어내지 못했습니다. 미국의 젊은이들은 진보와 보수의 이념이 절대적으로 나뉘어져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오바마가 그렇습니다. 오바마는 그냥 작동하면 된다고 하는 초당적 사고들이 힐러리가 오바마를 이기지 못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근데 서글픈 현실은 이런 것입니다. 우리는 2008년 오바마 선거를 벤치마킹했다면 대선에서 패배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우리는 2008년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데 미국의 짐 메시나라는 선거전략가는 “2012년 선거는 2008년 선거를 구석기시대로 보이게 할 것이다.” 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러한 혁신은 자본의 차이를 넘어서 마인드의 어마어마한 차이입니다. 한국은 빅데이터는 고사하고 시민들과 공감하고 눈을 맞추는 20세기 초반의 단계부터 훈련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지금은 또 다시 모래를 뒤집는 반복되는 느낌입니다. 민주당이라는 자유주의진영이 패배하고 안철수 교수가 돌아왔지만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고, 레프트 진영까지 무너졌습니다. 레프트가 건강하지 않으면 자유주의진영은 절대 건강해질 수 없다는 사실은 지금 한국을 심각한 상황으로 보아야하는 이유입니다. 이것에서 탈출하는 방법은 상투적이지만 실사구시로부터 출발해야한다는 것, 구체적 데이터로부터 출발해야한다는 것을 다시 말씀드리고 싶다.
Q. 계속해서 데이터, 실사구시를 강조하시는데 조지 레이코프나 로크리지 연구소에서 하는 얘기들, 민주당을 지지하면서 레이건을 투표하는 사람들을 보며 찬성하는 이슈에 투표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에 따라서 투표를 이중개념주의자로 규정하고 내면의 진보프레임을 깨우기 위한 운동을 2007~2008년 진행해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진보가 뺏긴 자유의 가치와 같은 진보의 프레임을 깨우는 운동을 데이터에 대한 강조와 함께 병행해야 하는 것 아닌지 여쭙고 싶습니다.
A. 저도 공감합니다. 한국에서 레이코프 책이 여의도 정치에서 유행했었습니다. 저는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이제 한국의 여의도 정치도 프레임에 관심을 갖는 과학적 정치로 가는구나.’ 하고 기뻐했습니다. 근데 여권은 모르겠지만, 야권의 경우 일시적인 유행에 그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제가 오늘 데이터에 관한 이야기를 지나치게 강조한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데이터 분석과 함께 이를 가치를 표현해내는 노력이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점에서 레이코프에 주장은 상당히 타당합니다. 공화당은 자본을 가진 곳이라서 워슬린 같은 사람은 오래전부터 코카콜라 마켓팅에서 이를 적용했던 사람입니다. 맥도날드 광고를 보면 햄버거가 맛있다는 것보다 가족끼리의 외식, 훈훈함과 같은 가치를 보여주는 것이지요. 하지만 야권은 이제야 다시 레이코프, 실사구시를 이야기해야만 하는 서글픈 현실인 것 같습니다. 민주당의 민주정책연구원이나 안철수 교수가 신당을 만든다면 일상적인 당원과 지지자에 대한 가치를 입각한 전달 훈련프로그램을 일상적으로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Q. 제가 총선에서 대선에서 SNS전략을 담당했었는데 한계와 동시에 나름의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조직적으로 촘촘히 조직되지 못해서 일정의 열풍이나 트렌드 수준으로 받아들여지게 되고 선거후 이것의 효과성에 대한 의문들이 제기되는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전략을 세우기보다는 후퇴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런 것에 대한 선생님의 생각을 여쭙고 싶습니다.
A. 제 생각에는 많은 분들이 SNS를 여러 가지 홍보매체 중에 하나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오바마가 2008, 2012년에 왜 탁월했냐면 SNS라는 영역을 여러 홍보매체 중 하나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하나의 영역으로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총체적 기획을 해 나아갔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헐리우드의 마켓팅, 대학 등 모든 영역들이 이러한 유기적 연결이 잘 이루어집니다.
이것이 한국이 취약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Q. 유럽식 정당이 한국의 맥락에서 현실화되기 어렵고 한국이 유럽보다는 미국을 닮아있다고 말씀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지점이 그러한지 여쭙고 싶습니다.
A. 하나는 정당의 구조가 정당 내외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시대로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당같기도 하고 시민단체 같기도 하고 기업 같기도 하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당원, 지지자, 소비자가 모두 필요한 것이겠지요. 이해찬 전 총리께서 총선 전에 이와 관련해서 ‘이중의 집’이라는 표현을 쓰셨습니다. 당원이 있는 집 위에 온라인 지지자의 집이 있고 또 그 위에 보통의 시민의 집이 있는 이중 삼중의 형태여야 한다는 말씀이십니다. 당원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닌 쉬운 출입과 이탈이 가능한 이러한 자유로운 형태가 지역주의, 분단 등과 같은 여러 특성에 의해 한국은 미국보다 더 필요합니다.
또 하나는 이념에 약화의 추세 확실하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정당의 강령과 이것에 입각한 당의 정체성이 모호해지는 시대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경제에서는 진보, 안보에서는 보수와 같은 새로운 조합이 일어났을 때 흡수할 수 있는 당의 형태가 유럽식 정당의 형태와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Q. 정당 혁신 작업을 하다보면 한국적인 바람직한 정당모델을 설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한국에서의 바람직한 정당모델, 그리고 바람직한 중앙당의 역할을 미국의 경험에 비춰서 여쭙고 싶고, 오바마 같은 경우 보수-진보라는 진영논리를 뛰어넘은 시대전환적인 모습을 갖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지난 주 강연에서는 클린턴의 한계를 뛰어 넘어 민주당의 혼과 가치를 구현한 특성을 말씀하시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진영논리를 뛰어넘어 당의 혼과 가치를 구현한 방식은 무엇인지 여쭙고 싶습니다.
A. 결국 한국정당도 유권자 정당, 지지자 정당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온라인, 오프라인의 당원을 다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이 지나치게 선거 때에만 떳다방과 유사한 정당이 된 단점이 있어 꼭 벤치마킹만 해야 할 곳이라는 말씀을 드린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오바마가 무브온에 기반해서 당선되었음에도 이에 반기를 드는 모습을 보이는데요. 그래서 2012년에는 그에 대한 반성이 있었고요. 저희도 그러한 점에서 광범위한 시민정치운동의 힘을 당내에 일상적인 풀뿌리 활동이나 당활동에 잘 포함시켜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의원중심의 정당이 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이를 뛰어 넘는 풀뿌리의 일상적 활동과 결합된 정당이면서도 지지자들의 정당, 각 지역별 다양한 분권화된 혁신간의 경쟁이 가능한 정당, 집단 지성 간에 다양한 토론이 이루어지고 이것이 반영되는 정당으로의 설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초당적이면서도 당파적인 것, 굉장히 어려운 것인데요. 무상급식 같은 것이 그런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민주당의 진영논리가 아닌 초당적인 것이면서 또한 당시 민주당의 당파적 이익을 대변한 것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이슈를 일반 시민들이 좀 더 잘살고 싶어 하는 욕구에 초점을 맞춘다면 초당적인 태도와 진보적인 태도의 균형을 잘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당이라는 형태가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는 것을 보면 정당의 유통기간, 한계효용이 끝난 것이 아닌가, 그래서 다른 방식을 요구하고 있는 것 아닌가 여쭙고 싶고, 미국의 양대정당 문제가 확고한데 미국과 닮아있다는 선생님의 주장에서 우리의 경우 제3당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시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A.한국의 양당은 그다지 안정적인 상태가 아닙니다. 박근혜 정권이 위기 봉착하게 되면 심각한 상태로 빠져버릴 것이고, 민주당 역시 그 기반이 탄탄하지 않은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안철수진영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고 노회찬, 심상정과 같은 liberal left들도 연대해야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제3당이 위력적일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하지만 저는 멀리 보면 양당제의 성향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